"글을 쓰지 않고 블로그 수익화하는 방법"
매우 흥미롭고 뿌리치기 힘든 문구이다. 월급만으로는 부족하고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면서 돈도 벌고 싶은데 블로그를 하자니 글 쓰기의 압박이 만만치가 않다. 글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 "잘", "꾸준히" 써야 하니 말이다. 꾸준히 잘 쓴 블로그가 몇 년이 지나면 매일 글을 쓰지 않아도 어느 정도 수익이 들어온다고 한다. 다들 알지만 거기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블로그에 대해 모르는 게 아니라 반대로 웬만큼 알기 때문에 저 문구는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
'이게 정말 가능한 건가? 어떻게?'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광고에 혹해서 펀딩 스토리를 자세하게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글도 안 쓰고 블로그를 수익화하는 방법 같은 건 없다"
내가 펀딩하면서 본 스토리를 캡처 한 이미지다. 보다시피 "글을 쓰지 않는다."를 강조하고 있다. 펀딩을 몇 백 번 해 본 건 아니고 와디즈에서는 이 쓰레기 같은 펀딩 포함 15번, 크몽에서 전자책 구매는 3번 미만, 텀블벅에서도 3번 정도 펀딩을 했다. 글을 쓰지 않고 수익화하는 비법을 전수하겠다던 이 펀딩은 내가 지금까지 구매한 것 중 최악이었고 수연쌤이라는 메이커의 대응은 그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스토리에 "상위노출 신경 안 썼다"라고 말했으니 블로그 개설 5주 만에 상위 1% 달성하는 노하우 같은 건 그냥 부록쯤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1. 블로그 5주 완성 노하우-입문 편]은 5주 동안 글을 쓰지 않고 수익을 만들기 위한 기본 세팅 정도로 인지했다. '아, 2권 심화편부터가 진짜구나'생각했다. 실제 리워드인 전자책 3권을 받고 어땠을까?
2월 22일 와디즈 신뢰안전팀의 첫 공지-신고 접수
2022년 12월 28일에 펀딩 신청을 했고 2023년 1월 말에 결제가 되었다. 리워드가 내 이메일로 발송된 것은 2023년 2월 18일이었다. 그때가 이사를 며칠 앞둔 시기여서 메일이 온 것 만 확인하고 전자책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입문편인 제1권 [블로그 5주 완성 노하우]만 잠깐 봤는데 열자마자 "응? 이게 뭐야?" 분명 메이커는 여자 사람이었는데 웬 남자 사람이 나온다. 본인 인생 얘기를 늘어놓더니 "1일 1 포스팅, 주제 찾기, 사진 잘 찍기, 네이버가 좋아하는 글 쓰기, 체험단 하기, 원고 아르바이트하기"가 나온다. 5주 완성 노하우라더니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가 아는 게 노하우? 글을 안 쓰고 수익화하는 건데 체험단? 원고 알바? '그래 뭐... 이건 부록 같은 거라고 생각하자.' 하고 덮었다. 이사 준비하느라 여유가 없었으니까.
이사를 하고 메일을 확인하다 와디즈에 새 소식이 올라왔다. 이미 발송까지 끝났는데 뭐가 올라왔나 하고 봤더니 신뢰안전팀에서 신고가 접수된 내용에 대한 공지가 있었다.
이 글과 함께 밑에 달린 댓글을 확인하니 뭔가 심상치 않다. 내가 전자책 입문 편을 보면서 느꼈던 묘한 의구심이 심화 편으로 가도 지속될 것 같았다. 정신없는 와중에 나머지 전자책을 열어봤다.
판도라의 상자인가? 판도라의 상자는 마지막에 희망이라도 있지.
지금까지 한 번도 전자책 구매하면서 이런 결과물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다. 전자책은 당연히 환불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게 맞다고도 생각했다. 물론 전자책 내용에 문제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내가 본 스토리에서 말한 내용과 달랐고 이건 기만이다. 전자책이 상품이라면 이것은 문제가 있는 상품인 것이다. 문제가 있는 상품이면 전자책이어도 환불이 가능하다.
아... 이거 뭐지? 속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이 아니야.
남은 전자책 2권을 열어보고 왜 신고니 뭐니 난리가 났는지 알 것 같았다. [심화 편 -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블로그 마케팅 설루션]에서는 마케팅과 관련된 용어들을 정리해 놓았다. 네이버 검색하면 다 나오는 개념 정리를 해 놓은 것이다. 심지어 일부는 그냥 신문 기사 내용 가져온 거였고 예시라면서 허위 과장광고를 언급해 놓았다. 그럼에도 마케팅의 힘을 강조하더니 수연쌤 본인도 그걸 이용한 모양이다. 허위, 과장광고 논란이 있어도 이슈가 되고 상품이 잘 팔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걸까.
불필요한 설명들을 다 지나니까 이제는 블로그를 대신 글 써주고 운영하란다. 운영해 주고 내 블로그에도 그걸 글을 쓰라고? 아니 글을 쓰지 않고 수익화를 한다더니... 지금 이게 뭔..?
글을 열심히 쓰라고 블로그 세팅 방법을 전자책에 넣어놨다. 그게 심화 편이다. 진짜 기가 차고 어이가 없다. 이런 전자책 3권을 89,000원에 구매했는데 심지어 이들은 "500만원짜리 강의"라고 광고를 했다.
정말로 궁금했다. "와... 진짜 이걸 500만 원 받고 강의하셨어요??"
신고 내용에 관한 메이커 측의 소명 자료가 올라왔다.
와디즈 신뢰안전팀의 공지 이후 메이커 수연쌤의 소명자료가 올라왔다. 전자책 입문 편은 '스토리와 실제 리워드 목록이 일치한다'라고만 소명했다. 목록이 일치하니까 문제가 없다. 그래 그건 나도 펀딩 할 때 봤다. 그리고 2권부터의 소명은 이러했다.
신고가 들어간 전자책 내용이 미흡하다는 것을 본인이 인정하고 보완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카톡 단체방 강퇴사건도 있었는데 나는 단톡방은 참여하지 않아서 정확히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른다. 소명자료는 아래 이미지로 첨부했다. 내가 직접 참여했던 방이 아니니 이 소명 글을 보고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이게 사실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겪은 이 메이커는 '나는 잘못이 없고 다 주변 탓이다.'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 같았다. 다른 사람 말은(특히 본인이 듣기 싫은 말은) 잘 듣지 않고 본인 하고 싶은 말만 하는구나 싶었다. 아마도 저 사건은 참여했던 사람들 모두의 말을 들어야 진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원래 저런 건 쌍방 얘기를 다 들어봐야 하는 거다.
환불 신청했는데 왜 전화해서 보완 내용 설명하시는지...?
"전자책에 더 내용을 추가하겠다", "미흡했다", "미안하다" 하면서 이번 신고 건에 대한 조치 방안을 내놓았다.
1. 환불을 받는다 2. 보완된 리워드를 받는다
몇 개월을 준비한 리워드 결과가 이 모양인데 보완을 기대하진 않는다. 애초에 보완으로 될 수준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서 준다 한들 저 광고에 이런 결과물을 이미 받아 본 사람들이 어떻게 메이커를 신뢰할까? 당연히 환불을 선택했다. 최초 환불 신청이 2023년 2월 24일로 리워드를 받은 18일로부터 6일 째였다.
2월 28일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본인이 수연쌤이라고 하면서 서포터 한 명 한 명 연락을 드리고 사과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리워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본 전화 예의도 없는 사람이었다. 지금 전화 통화가 괜찮은지 묻지도 않고 혼자 할 말을 쏟아 놓기 시작한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배송/방문 등 중요한 통화인 줄 알고 잠깐 받은 건데 당황스러웠다. 일하다 말고 내가 이 전화기를 붙잡고 계속 듣고 있어줘야 하나? 말을 끊고 지금 통화 길게 하기 어려우며 보완 내용이 뭐가 되었든 환불신청을 이미 했다고 얘기하고 끊었다.
전화할 시간은 있고 환불할 시간은 없는 건가 궁금해서 와디즈에 전화 문의를 했더니 영업일 기준 3일 정도 걸린다는 답변을 받았다.
일주일이 지나도 환불이 안 됐는데요.
3월 3일 와디즈에 재문의를 했다. 분명 3일이면 메이커가 확인하고 환불을 해준다고 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여전히 신청 중이다. 이번에는 이메일로 문의를 했더니 3월 6일 답변이 왔다. "환불 신청 건수와 금액이 크다 보니 메이커가 처리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점 양해 바랍니다. 와디즈에서도 주시하고 있으며 시일이 걸리더라도 환불은 진행될 예정입니다."이런 내용이었다.
와디즈에서 확답을 해줬고 내 생각에도 환불 신청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닐 테니 좀 걸리겠지 싶어 기다렸다.
환불해 준다더니 리워드 발송 14일 지나니까 환불거부?
3월 8일 오전부터 어이가 없었다.
카톡 알림이 왔는데 환불 불가였다. 환불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어이없는 말에 와디즈 펀딩 페이지로 접속했다. 메이커 수연쌤이 새 소식을 올렸다.
나는 이 글을 읽고 '무슨 소리야?'싶었다. 수연쌤이라고 하는 그 사람이 올린 환불 정책에도 분명 명시되어 있다. 리워드에 문제가 있으면 환불이 가능하다고. 환불 정책이 상이하다는 둥 펀딩 페이지의 환불 정책이 리워드에 맞는 내용이라는 둥 상관없는 말만 늘어놓고 하는 말이 결국 "환불을 못 해주겠다"였다. 법률 자문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데 뭘 자문한 건지 궁금했다. 겸허히 인정한다는데 인정한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피해 당사자인 나는 이 사람이 진짜 인정하고 미안해하는 게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글을 확인하자마자 와디즈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고객센터에서도 당황한 듯 보였다. 나와 통화한 상담 직원은 본인도 지금 막 확인을 했다면서 해당 부서도 확인 중이라 답변을 못 해 준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뭐... 미안할 일은 아니지. 그래서 나는 상담 직원에게 이전에 공지에서 환불을 하겠다고 올렸는데
1. 메이커와 와디즈가 협의가 되었던 게 아닌 건지?
2. 그럼 왜 이제 와서 이런 글이 올라왔는지?
3. 이 글도 와디즈와 협의 후에 올린 게 아닌 건지? 등을 물었다.
이전에 환불을 해주겠다고 올린 글은 와디즈와 협의가 된 내용이고 갑자기 환불 거부 공지를 올린 것은 와디즈 측도 모르는 내용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내가 상담받은 대로면 다 협의해 놓고 갑자기 메이커 측에서 일방적으로 환불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상담 직원은 와디즈 내부에서도 지금 상황 파악 중이라 조금 기다려주면 새 소식으로 상황을 안내하겠다고 했다.
와디즈의 대응, 서포터 보호
메이커의 환불 거부 글이 올라온 게 오전 10시 20분쯤이었고 같은 날 오후 4시가 넘어서 와디즈의 공지글이 새 소식에 올라왔다.
이번 펀딩에서 나는 거의 사기당한 수준의 분노와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었다. 위의 공지가 올라오기 전까지 메이커랑 와디즈만 돈 벌고 나는(그리고 다른 서포터분들은) 보는 것조차 시간 아까운 전자책에 돈을 잃는 건가 싶었다. 아깝고 피 같은 내 돈! 와디즈에서 빨리 해결을 해주어서 다행이었다. 와디즈에서 안내한 환불 폼에 정보를 입력했고 환불 예정일 보다 하루 앞선 3월 9일 오후에 환불이 되었다. 체크카드라서 환불 접수가 되자마자 돈이 입금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보려고 당신 믿고 돈 낸 사람들 이용하지 마세요.
전자책의 내용에서 한 번, 메이커의 대응에서 두 번 거품을 물었던 사건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저렇게 광고하고 그런 전자책 팔면 이런 일이 일어날걸 예상하지 못했을까?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심지어 큰돈이 들어갔는데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보통 이런 마케팅 관련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셀프 브랜딩을 하는데 이 메이커는 본인의 평판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이 없는 사람인가 보다. 아니면 브랜딩을 잘못 이해하고 있을지도? 혹시라도 어디 가서 결과는 쏙 빼고 와디즈에서 2억 펀딩 성공이란 타이틀을 쓸까 봐 걱정이다.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이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도 알고 있다. 나도 아무것도 안 하고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라 블로그 글을 쓰는 대신 마케팅 대행이라는 사업을, 일을 배우려고 돈을 투자한 거다. 펀딩을 신청한 사람 중에는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간절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여한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요즘 너도 나도 전자책 썼다고 여기저기 광고가 나오는데 물론 정말 도움이 되는 콘텐츠도 있지만 이렇게 속 빈 강정 같은 콘텐츠도 많다. 콘텐츠를 받아보기 전에는 구매자가 확인할 방법이 없고 받고 난 후에는 전자책 특성상 환불받기가 어려우니 더욱더 신중을 기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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